9월 말, 추석이 있는 시즌이다.
추석 근처쯤이 되니까 남쪽에서 태풍이 올라와, 고기압의 영향으로 굉장히 더웠다.
기온도 높고, 해는 여름만큼 강한데 건조하고 바람이 부는 날씨..
즉, 수분 증발 속도가 엄청나단 소리.....
2~2.5일에 한번은 꼭 물을 줘야 하는데 추석이라 집을 비워야한다.
디스 이즈 비상사태... 위험... 도움...!
결과적으로 3.5일만에 집에 돌아왔더니....
음..
구체적으론 아래 사진으로 확인을..ㅠ
그리고 일교차가 커지고 일몰 후의 기온이 너무 낮아져서 슬슬 화분 정리를 해보려고 생각중이다.
역시나 작물별로 정리해본다.
1. 바질
요새는 파스타를 잘 해먹지 않는 바람에 자라기만 하고 수확이 없었다.
그리고 6월에 파종하고 거의 석달 반의 나이가 되어서인지 잎이 동글동글 통통하지 않고
얇고 삐죽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바질도 나이를 먹는건가요...
어차피 먹기도 애매한 상태라면 조만간 정리를 할까 생각중이다.
혹은 키운김에 꽃대 올려서 씨를 채종할까도 생각중.


10.03 어서오세요 바질의 숲..
가지치기라도 해야할거 같은데 뭐부터 손대야할지 모르겠다.

이건 회사에서 키우고 있던 바질.
하나는 회사 동료에게 분양되었다.
최근엔 크기도 줄일겸 가지치기한 줄기를 꺾꽂이해서 새로운 화분을 만들었다.
그 과정을 팀원들과 같이 공유, 경험하면서 공통화제도 생기고..
나름 힐링이 되고 있음.
출출할떄 컵스프에 바질잎 따다 뿌려 먹는건 덤.
2. 앉은뱅이 방울 토마토
이번 일기에서 가장 열심히 기록한 작물.
지난 일기(07)에서 주렁주렁 열린 토마토는 하루하루 눈에 띄게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색이 변하는게 아니고 조금씩 하나둘씩 바뀌는게, 신호등처럼도 보이고 무척 이쁘더라.
열매가 익어감과 동시에 잎이 바싹 마르고 변색되었다.



09.20
이전 일기에 곰팡이가 핀거 같다는 화분은 잎 색깔이 눈에 띄게 거뭇거뭇해졌다.
옆화분이랑 비교하면 원래 잎 색깔이랑 너무 다름.

09.21 !!!! 본격적으로 토마토가 익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눈에 띄게 변하는중.

09.23 꽤 불그스름해졌다.


09.24 토마토가 색색깔로 물드니까 보석처럼 이쁘다.
매일매일 얼마나 익었나 관찰하는 재미로 지냈던거 같음.
그리고 토마토 잎 색깔이 엄청나게 변했다.
좌우를 비교해보면 우측의 토마토잎은 엄청난 속도로 변색, 마르고 있음.

09.25 추석이라 내려가기 직전에 찍은것. 수확하기엔 아직 애매하고..
이대로 야외에 두고가면 말라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실내중에서도 채광이 제일 좋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물을 듬뿍 주고 갔다.



09.28 추석쇠고 돌아왔더니 빨갛게 많이 익어서 드디어 토마토 첫 수확을 했다.
파종이 6월 16일이었으니 총 105일. 약 3개월여 만의 첫 열매작물 수확..ㅠㅠ
수량은 15개였다.
진짜 이쁘다. 맛도 괜찮았음.
과일무처럼 밖에 두지 않고 실내 채광이 좋은 곳에 두고가길 잘한듯.


10.01 가을비가 내림.
일교차가 큰데 과연 토마토는 잘 익을 수 있을까 싶지만 현재까진 무리가 없어보인다.
색색깔로 알록달록해서 신호등같기도 하고 구슬같기도 하고 참 이쁨.


10.03 흔치 않은 작은 토마토 전신샷
몸도 쬐끄만 주제에 꽤 큼직한 열매가 열렸다.

인공수정하느라 꽃을 만지작거릴때도 느꼈는데 열매가 맺히는 저 부위엔
처음부터 분리가 쉽도록 홈?같은게 있다. 빨갛게 다 익으면 쉽게 똑 떨어지는데
칼로 자른것마냥 깔끔하게 떨어진다.
만약에 덜 익었으면 잘 안떨어지더라. 싱기싱기.

작은 몸집에 영양 딸릴까봐 일단 익은건 따줬음. 아이 이뻐라.



큰 화분 둘도 애 키우느라 고생이 많다..
이전 일기에선 잎에 곰팡이 핀게 아닐까 걱정한게
알고보니 열매에 영양분을 빼주느라 그렇게 된거였다ㅠㅠㅠ
아이고 엄마 생각난다ㅠㅠㅠ엄마아ㅏㅏㅏㅏㅏㅏ

약간 덜익은 애들도 이렇게 두면 후숙이 되어 빨갛게 된다고 해서 하루정도 두었다.
아마 다음 일기를 쓸 즈음엔 다 수확하고 화분정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년에는 여름 말고 봄부터 바로 파종해서 여름에 먹어야지:)
3. 파슬리
바질을 안먹으니 파슬리도 다를바 없다.
소비량은 적은데 계속 자라고 있으니 잎이 무지막지하게 커져서
이대로 두면 꽃대가 올라올거 같아, 긴 줄기만 골라 수확해다가 건조시키기로 했다.

09.22 알게모르게 잘 자라고 있는 파슬리.
이 자리는 실내중에 가장 통풍이 좋고,
여름기간동안 밝은 음지였지만 최근 해가 기울면서 오후엔 빛도 살짝 들어온다.
덕분에 은근하면서 꾸준히 잘 자라는거 같음.



10.03 이대로 가다간 정말 나무가 될 기세..
긴 줄기를 잘라다가 흐르는 물에 씻고 키친타올로 살짝 닦아준 다음
묶어서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걸어두었다.
허브 건조하는 법은 베란다 레시피에서 참고.
http://www.verandarecipe.com/board/gallery/read.html?no=2669&board_no=7
씻으란 얘기는 없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성장하면서 먼지같은게 있었을텐데
그냥 말리긴 좀 신경쓰여서..
다 말리면 공병에 담아 뒀다가 필요할때마다 쓰게될듯.
4. 쌈채소(치커리, 깻잎)
텃밭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화분, 흙 등등 기초 투자금을 생각하면 '가계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솔직히 공감할 수 없었는데 쌈채소 키우면서 "가계에 도움이 되는 작물은 쌈채소구나" 라는걸 제대로 느꼈다.
하루가 멀다하고 '다 컸으니 빨리 먹어주세요' 재촉하는 느낌으로 큰다..
너무 많아서 친정에 벌써 두 번이나 보냈다. 그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좀 든다...()

09.20 4일마다 이렇게 무성해지는거 같다.
이쯤되면 정말 도시 농부라고 해도 될듯.
옆집 아주머니께서 어쩜 그렇게 텃밭을 잘 가꾸냐고 칭찬을 하셨다.
옆집에서 보기에도 신기했나보다..
하긴 내가 화분 가꾸는걸 이웃들이 지나가면서 너무 많이 봤다()
그나저나 베란다에 나가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베란다 밖의 풍경이나 이웃집, 산 구경도 하게 되고
반대로 이웃집에서 말도 걸고 뭐 이래저래 안하던 경험을 많이 하는듯.
아. 온갖 벌레도 겪었다.



치커리는 크기 순서대로 오래된 겉잎부터 돌려가면서 수확하는데
약 5일~7일마다 이 정도의 수확량이 나온다.
깻잎은 1주일이면 큰잎만 따서 약 10장정도.

수확하고나면 저렇게 작고 어린잎만 남아서 허전해진다. 흙이 휑하게 보임.
저럴때 분변토를 주는 편이다.
두세번 수확할때마다 한 번정도 줌.

09.23 .....3일만 지나도 이렇다고... 무섭다고..


10.03 깻잎은 줄기가 높고 튼튼해져서 웬만한 비바람에도 끄떡없을것 같다.
쌈채소는 밭에서 키우는 기분으로 물주고 몇일 놔두다가 때 되면 바구니 들고 가서
싹 수확해오고 거름주고. 또 몇일 지나면 반복하니까 정말 농부가 된 기분이 들고 있음.
1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저렇게 그득해지니 2인 가구로는 솔직히 감당이 안되어
친정집에 치커리 두 봉지, 깻잎 30여장 정도 갖다드린거 같다.
내년 봄에는 치커리는 두 포기만 키우고 나머지는 상추를 키워야할거 같다.
치커리만 있으니까 너무 써ㅠㅠ
5. 과일무
제법 커진 과일무. 그리고 추석기간동안 제일 고생했다.
그런데 대체 언제 수확해야할지 모르겠다.


09.17 과일무 삼총사. 저 잎을 보라. 당당한 잎을 보라.
잘 보면 줄기 아래에 무가 수줍게 카메라를 보고 있다.
은밀하게 드러난 무를 관찰하고 있으니 쪼그려 앉았을때 드러난 팬티마냥 빨리 덮어주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09.23 세상에 두려운게 없는듯한!
무서운 기세의 과일무 삼총사!
그리고 그 사이 무는 더 커졌다...!
과연 그들의 성장을 막는 자가 있을 것인가??!?!?

09.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
ㅋ


초토화ㅋㅋㅋㅋ
추석때 집을 비우기 직전에 물을 잔뜩 주고 갔는데도
돌아오니 이 지경이 되었다.
과연 가을날의 햇살과 건조함은 엄청난 것이었다.
과일무 삼총사의 운명은 여기까지인가..?

오자마자 물을 주고 두시간?정도 지났더니 뒤의 둘은 살아났는데 제일 당당했던 무는
의식불명의 상태갔다. 잎이 너무 심하게 말라서 회복이 안되는듯.

10.03 이 날도 해가 너무 강해서 축축 늘어져있음.
중앙의 무는 마른 잎이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하여 마른 부분을 잘라주었다.
그리고 복토겸 분변토를 올려줌. 무도 가려주고..
무는 대체 언제 먹을 수 있는 것인가. 이래서 뿌리채소는 초보자에게 너무 어렵다.
사실은 추석 연휴 끝자락에 감기가 들어서 무척 아팠는데 목감기에 무가 좋대서 걍 뽑아버릴까라는 충동이 강하게 왔었다.
무 먹고 싶습니다..
6. 로즈마리, 루꼴라
최후의 로즈마리. 로즈마리의 후예는 분갈이 이후로도 꾸준히 잘 자라주고 있다.
이제 아래쪽은 확고하게 목질화되어 기둥이 되고, 줄기가 두 세 방향으로 뻗어가는중.
새로나오는 연한 녹색의 줄기를 볼때마다 기분이 좋다.


루꼴라는 별탈없이 잘 지낸다. 직사광선은 아니지만 일조량은 충분히 받을만한 자리에 있어서
순조롭게 자라, 조만간 수확해서 먹을 수 있을걸로 예상됨.

7. 청경채, 부추, 비타민 다채
굉장히 잘 자란다며 친구가 추천해줘서 키우는 청경채.
청경채+표고버섯+새우+굴소스+전분물 하면 간단하고 맛있는 중화풍 요리가 나오는데 내가 이걸 무척 좋아해서 기르기 시작함. 또는 샤브샤브용으로.
그러나.... 벌레가...생긴다....에버 고통...


09.17 본잎이 나와서 청경채 스러움을 한 껏 뽐내는중
파종, 발아는 지피포트에서 하고
로메인이 있던 화분에 옮겨심어줬다.
발아가 꽤 빨랐던거 같은데 기록이 잘 안되어있네..
육아노트를 제대로 안쓴 엄마의 기분.



10.03 떡잎 위로 본잎이 꽤 청경채 스러워짐.
기간치고 잎이 적은 것은 진딧물인지 뭔지 잎을 파먹는 벌레가 자꾸 출몰해서
잎째 뜯어서 처분했기 때문..ㅠ
살충제를 또 만들기 애매해서.
청경채는 단맛? 단향?이 있어서 벌레가 잘 꼬인다고 한다.
부추는 어떻게 활용해야할진 모르겠는데 그냥 잘 자라고 있음.
고기먹을때 참기름 소금후추 해서 데친 팽이버섯이랑 먹으면 어떨까.. 정도 밖엔..
부추전 해먹기엔 넘 양이 애매하고 적은걸ㅠㅠ
일기쓰면서 깨달은건데
... 부추 무려 사진이 한장도 없음.
부추를 그렇게나 좋아하는 내가 부추 사진을 안찍다니
........
뻘쭘..
비타민 다채는 샐러드에 넣어먹었는데 최근에 씨앗이 생겨서
8월 미스터리씨앗과 함께 9월 20일에 새로 파종했다.

09.24 4일만에 발아. 콩나물같다.
그나저나 모종포트 진짜 여러번 돌려쓰는듯ㅋㅋㅋ

10.03 토분 2호에 이동. 몇개는 모종포트에 하나씩 담아뒀다.
8. 엇갈이 배추(8월 미스터리 씨앗)
청경채와 같이 9월 20일에 파종한 8월 미스터리 씨앗.
최근 정체가 공개되었는데 엇갈이 배추였다.
http://www.verandarecipe.com/board/free/read.html?no=3291&board_no=7

09.24 발아

09.25 오전.
하루 전과 비교하면 하루만에 많이 큰듯.

10.03 본잎이 나와서 좁아보이길래 옮겨줌.
이쪽은 모종포트에 1개씩 담았다.
으메 다 썼다..
언젠가는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든다.
아닌가.. 그럼 너무 본격적으로 텃밭관리를 해야되나.... -.-
아무튼 습관이 되니 참 좋다. 정신적으로. 농약없이 건강한 먹거리가 나오기도 하고.
처음에 베란다 텃밭을 시작할때,
이것으로 인해 내가 원하는 효과로 [정서적인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가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고 있다.
내가 만족하면 덩달아 간접경험 및 영향을 받는 남편도 만족하게되니까 여름부터 집안 분위기에 지대한 영향을 준듯.

살인적인 가을햇살을 피하려고 모자를 쓰고 수확을 했더니 영락없는 농부다..
이젠 수확해서 먹는것에도 익숙해졌다. 삶의 한 부분에 생명을 키우고 섭취하는 순환을 집어넣자 삶이 무척 건강하고 풍요로워지는 느낌.
요즘같이 바쁘고 각박한 세상에 이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것도 참 복이라고 생각한다.
이 느낌이 좋아서 여기저기 친구들한테 분양도 하고 이런 일기도 쓰고.. 나도 참 열심인듯.
슬슬 수확하고 한번 갈무리를 해야될거 같은데 다음 일기가 그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겨울동안 내년 봄에 키울 것들에 대해 계획도 세우고 공부도 해둬야지.
아니면 집에서 가까운 주말텃밭을 알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