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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일이 이제 1주일도 남지 않아서 심란한 마음에 이것저것 써보려고.

살면서 내가 임신출산을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따지고 보면 결혼을 할줄도 몰랐긴 하지만 임신출산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긴 했다. 내 주변에 워낙 경험 들을 일이 없어서. 

 

나중이 되면 기억이 안 날 거 같아서 몇 가지들은 시간순으로 기록해두려고 적어보려한다.

(...결국 다 쓰지도 못하고 저장해둔걸 8월달와서 마무리함...) 

 

 

  • 임신 확인

 

태명은 두동이. 호동이(강아지)+호두(고양이)의 글자를 따왔다. 셋이 잘 지내길 바라는 남편의 마음이 담겨있음.

8월 18일 토요일 강릉에 여름 휴가 갔다가 처음으로 임신 사실을 알았다. 

초당 순두부로 아침 먹던 도중에 입덧 시작함. 입덧은 정말 신기했다. 배부른게 아닌데 먹을 수가 없는 감각. 

그 전부터(8월초)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기는 했는데 임신일줄은 몰랐음. 

첫 초음파로 심장소리 듣고 임신 확인증을 받은건 8월 23일. 이미 5주차였다.

출산 예정일은 2019년 4월 14일.

 

결혼하고 3년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는건 스트레스 영향이 크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6월달에 팀 옮겨서 관리직을 그만두고, 운동 시작하고, 컨디션이 좋으니까 임신이 되었다는것은 좀 허탈할 정도로 웃겼다. 심지어 컨디션이 좋아지니까 사라진줄 알았던 성욕이-_- 엄청나지더라.. 신기...

농담처럼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애가 안 생길거 같다고 했는데 진짜였던 것이야. 

 

확인증으로 보건소 가서 임산부 등록하고 뱃지 받고 회사에 단축근로 신청, 그리고 국민행복카드도 신청. 

나는 초기 입덧이 심했어서 단축근로가 정말 도움이 됐다. 

국민행복카드는 50만원밖에 안돼서 보통 출산 전에 정기검진만으로도 다 쓰더라. 그래도 없는것 보다야 낫지.

 

 

 

  • 임신 극초기 5주~10주 이전

 

근로단축을 요청하고 생활하던 초기는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만 난다.

첫 입덧으로 임신사실을 알게될 정도로 울렁증이랑 구토가 잦은 편이었다보니 회사 다니면서 보낸 극초기는 지옥이 따로 없었음. 식성도 달라졌고 냄새엔 너무나 민감해지고 뭘 먹어도 제대로 먹은거 같지 않은데다 9월부턴 뜬금없이 이빨(사랑니)이 아팠다. 입이 벌려지지 않고 씹기도 힘들어서 밥을 못먹으니까 안그래도 먹을 수 있는게 적은데 더더욱 먹을게 없었음. 체중은 순식간에 5키로 정도 빠졌다. 심지어 치과 처방약은 먹으면 안되는걸 간호사 실수로 처방해서 먹었다는 사실에 식겁했고.. 산부인과에선 최대한 버티라며, 정 치료를 해야한다면 손발가락 나오는 10주 이후에 하자고 했다... 이때 정말 너무 힘들어서 선생님과 상담하다가 울어버림.. 입덧은 심하고 밥은 못먹겠고 이빨은 아프고 치료도 못하고 일도 제대로 못하겠고 울렁거려서 누워있는거 밖엔 못했다. 잘못하면 유산 위험도 있대서 무조건 누워지냈음. 병원 가다가 어지러워 쓰러질뻔하고 세상이 노랬음. 초기에 너무 힘들고 갈색혈도 나오고 해서 질정제를 받아 넣기도 했다.

다행히 10주가 될 때 즈음엔 이빨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져서 아예 출산 이후에 이빨 치료를 하기로 했다. 

 

입덧 얘길 따로 쓰자면 나는 평소에 김치를 잘 안먹는 편인데 입덧할때 그렇게나 김치를 찾았다. 빵, 디저트, 치즈 이런거 하나도 안 땡기고 오로지 한식에 매운걸 먹고 싶어 난리였음. 김치찌개랑 김치볶음밥을 자주 먹었던거 같다. 혹은 새콤한거 과일, 레모네이드 같은거.

보통 과일 많이 먹으면 딸이고 고기면 아들이라는데 전혀 근거없는 소리라고 함. 내 친구는 과일만 미친듯이 먹고 튼튼한 아들을 낳았다.

 

상태 기록을 위해 어플을 사용했다. 내가 쓴건 <280days> 일본 어플이라 정책같은건 일본기준이지만 기본적인 기록 기능은 괜찮다. 임신 주수에 따른 정보도 바로 연결되고. 나는 체중 체크하는 용도 정도만 썼는데 그것만이라도 도움은 많이 되었음.

 

 

 

  • 임신 초기 7주 ~ 10주

 

물론 그 이후, 아직 입덧이 한창인 시기에 이번엔 간수치가 문제가 됨. 

간수치가 너무 높아서 산부인과 검사수치를 보고 연락옴->회사근처 병원에서 재검사->이 정도면 황달수치->간전문의에게 검사 및 진료 받음. 

이것도 결국은 임신중에 입덧이 심한 산모에게서 발생하는 증상중에 하나라 심각한건 아니어서 출산 이후 추가 검사나 치료를 받기로 했다. 

그래도 이것땜에 한 2~3주 번거로웠음. 간수치 문제로 입덧을 완화 시켜줄 입덧약을 처방받긴 했는데 두 세 번 먹고 결국 다 안 먹었다. 비급여라 개비쌌는데...ㅜ 별로 차이를 느낄 수 없는데 괜히 먹는것도 태아한테 별론거 같아서. 

 

 

 

  • 임신 초중기 20주 미만

 

남들은 16주면 입덧 끝난다는데 나는 16주가 되어도 마법같은 변화는 일어나지 않음. 대신 후각은 예전만큼 예민하지 않아졌다. 13주 때부터 조금씩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게 느껴짐. 여전히 속은 울렁거렸지만. 물론 울렁대는것도 15주 정도 되니까 좀 약해지긴 했음.

16주 정도에 아기 성별을 확인했고. 남편과 내가 원하던 딸이었다. 매우 기뻤음.

입덧 지옥은 끝나지 않았지만 점점 사람의 형태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게 기분이 참 미묘했다. 기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기형아 검사도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18주 정도(11월달)에 조리원을 예약함. 이미 그것도 늦었는지 병원 연계 조리원은 4월 말까지 예약이 다 찼대서 어안벙벙... 치열하다 진짜.

이때부터 영양제 챙겨먹고 본격적으로 책을 사서 공부, 관리하기 시작함. 

 

책은 국민 육아서적 <임신출산육아 대백과> ...노란 표지의 그것.. 중고로도 많이 올라오고 도서관에도 있지만 그냥 개정판 사서 메모도 하고 보고 싶어서 새 책을 사옴. 개무겁다. 전공서적인줄. 하지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음. 자연분만 사진도 적나라하게 다 담겨있고 궁금한걸 많이 해결할 수 있었다. 임신 기간 내내 옆에 두고 열심히 봤다.

 

이때 맘카페를 자주 갔던거 같은데 맘카페는 정말 주관적 경험 위주라서 통계나 객관적 정보를 얻기엔 별로인듯.

그냥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관련 서적을 보는게 낫지... 사실 그래서 맘카페 갔다가 답답해서 책을 산 것이기도 함.

 

 

 

  • 임신 중기 20주 ~

 

결국은 20주가 되어서야 완전히 입덧이 사라졌고 그동안 먹고 싶은것들을 먹기 위해 혈안이 됨. 그러나..

제대로 된 식사를 즐기지도 못하고 탈이 남. 폭풍 설사로 인해 급하게 산부인과를 내원하고 지사제 처방과 수액을 맞기로 했다. 이틀간 금식이 제일 끔찍했음. 물 말고는 먹을 수 없어서 금식 이틀째에 하필 대중교통 출퇴근을 했더니 그날 피가 나왔다.. 진짜 힘들었나봄. 이때 1주일 동안 몸무게가 3키로가 빠졌음. 

그 다음날이 마침 남편 생일이라고 친정 가족들과 식사하기로 예약했던 날이었는데 조금씩 먹었더니 괜찮더라. 그렇게 설사 위기도 한주 꼬박 고생하고나니 괜찮아짐.

 

그러더니 설사 지나니까 변비가 옴-_- 살면서 변비라는 단어는 나한테 없었는데 정말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평소같으면 잘 안나올땐 배를 주무르기라도 하지, 임산부가 배를 어떻게 주물러... 미쳐버린다... 

욕하면서 응가 해보긴 또 처음.... 와... 태어나서 그런 응가 처음 싸봄... 이것이 바로 변비인가... 화장실에서 한시간 넘게 있었다... 대단... 정말 드러운 경험인데 그거 해보고 나서 애기 낳을때 힘주려면 이렇게 해야되나 하고 훈련이 됨... 허 참..

변비로 또 1~2주 고생하다가 온갖 솔루션을 다 투입해서 막달까지 변비없이 잘 유지하고 있다. 

 

내가 했던 변비 솔루션

1. 아침에 일어나서 미지근한 물 한잔(이때 철분제랑 유산균을 같이 먹음)

2. 잘 맞는 유산균 선택해서 먹음

3. 양배추즙을 매일 먹음

4. 푸룬주스를 하루 한잔.

5. 섬유질 많은 음식 먹기(최소한 고구마 하나씩은 매일 먹음)

 

그리고 출산용품을 리스트 짜서 조금씩 들여놓기 시작했다. 베이비페어도 처음 가봄.

출산 용품중에 중고 거래는 <당근마켓>어플을 이용했는데 이것은 육아용품 거래의 노다지... 앱 개발자 분들 복받으세요.

 

 

 

  • 임신 30주 이상 막달기간

 

배가 점점 불러오고 소화가 잘 안되었다.

기껏 입덧 끝났더니 소화가 안되는 문제와,

너무 많이 먹으면 임신중독증에 걸리거나, 임신당뇨 판정받고 아기가 비만될 확율이 올라가니까

적절하게 조절해서 먹는게 관건이었음. 

그리고 허리가 아프고, 몸이 붓고, 앉았다 일어나는 등 여러가지 실생활의 움직임이 불편해졌다.

많은 집안일을 남편이 다 해야했기 때문에 매우 미안했다.

무거운것도 들지 못하고 빨리 걷지도 못하고. 제약이 참 많아짐.

회사에서는 팀원들끼리 이동할때 늘 뒤쳐져야했고 책상에 배가 닿아서 자리는 불편했다. 맞는 옷이 없어서 임부복을 구입했더니 굉장히 편안해짐. 너무 편해 최고야 임부복 최고...! 임부복을 입으니까 아 정말 임산부같더라.

눈에 띄게 배가 불어나니까 종종 셀카를 찍어뒀다. 경이로운 광경이었음. 

 

아기가 일찍 나올걸 대비할겸 태교도 하고 싶고 쉬고 싶어서 연차를 다 털고 출산휴가를 일찍 쓴 편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결국 일찍 나오진 않았지만, 한 달 정도의 기간동안 뒤뚱거리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산모교실을 가거나 가보고 싶었던 맛집을 돌아다님. 어차피 만삭의 임산부는 많이 움직이기도 힘들고 비상시를 대비해서 멀리 가지도 않는다. 근처 동네만 돌아다녔는데 와아... 다이소에서 물건 고르느라 한시간 정도 서있었더니 허리가 부서질거 같고 진심 하늘이 돌고 쓰러질거 같았다... 정말 기진맥진해서 겨우 10분정도 거리인 집까지 가지도 못하고 근처 카페에 기어들어갔던 기억이 선명함. 내가 그래서 애기 낳고 나서 임산부 배려석에 절대로 앉지 않는다.. 와 임산부 배려좀 해달라 정말 너무 힘들다...ㅠㅠㅠ

 

아기가 너무 커지면 출산이 어렵다고 해서(나는 별다른 문제가 없길래 자연분만을 원했음) 빨리 나오라고 37주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37주부터는 아기의 성장이 완료되어 언제 낳아도 문제 없기 때문에 더 커지기 전에 낳고 싶었으나... 결국 나온건 39주 4일째.. 거의 예상일에 가까웠다. 

 

출산 직전의 가장 행복한 기억은

아기는 나올 기미가 없고 몸은 불편해서 초조할때 퇴근한 남편이랑 손잡고 공원 돌면서 수다떨던 시간. 위로도 많이 되고 기운도 나고 초조한걸 많이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 순간을 기억해둬야지 하고 여러번 생각한듯. 앞으로는 둘이 아니라 셋이 다닐테니까 분위기가 다르겠지.

 

 

출산관련은 따로 적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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