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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출산 포스팅에도 썼지만 나는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제왕을 한 케이스인데

양수가 터진 당일은 촉진제를 맞아도 지지부진해서 다음날 새벽부터 다시 시도한 거라

결과적으로 4박5일을 병원에서 지냈다.

입원실이 다 차버리는 바람에 대기실 1박, 입원(개인실) 3박4일.

진통 다 겪은 끝에 제왕을 해서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져 회복할때 정말 힘들었다ㅠ

만약에 선택제왕이라 진통 안 겪고 진행한 산모라면 회복이 빠르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출산 이후의 병원에서 3박 4일을 요약하자면

 

1일째: 아니.. 이게 무슨 일이요, 의사양반?!(뭐가 뭔지 모름)

2일째: 뒤질거 같음.

3일째: 고통에 적응했지만 뒤질거 같음.

4일째: 좀비가 되어 퇴원.

 

 

  • 출산 당일

오후 4시 넘어서 수술한거라 정신이 들고 입원실로 옮겨온건 6시 정도 된듯.

회복실에서 옮겨온 직후는 척추마취때문에 풀릴때까지 계속 누워만 있어야한다.

목에 힘주거나 베개를 베고 눕는 것도 불가능.

정신은 말짱한데 멍하니 누워있기도 뭐해서 폰으로 여기저기 소식 알리고 쉬었다.

몸을 일으킬 수 없으니까 물도 못마셔서 남편이 편의점에서 사온 생수에 빨대를 꽂아서 먹여줬다.

출산과정에서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서 목이 엄청 탔는데 이젠 회복하느라 물 많이 마시고 붓기 빼야하다보니 원없이 마셔댄거 같다. 

진통에 이은 수술이라 체력이 떨어진 상태여서 였던건지 몸에 열이 나서 아이스팩을 가져다주셨다. 수시로 열체크를 함.

회복실에서 입원실로 옮기고 나서 담당 선생님이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수술 잘 됐다고 전해주고 가셨음. 

틈틈히 간호사분들이 오셔서 오로를 대비한 산모패드를 챙겨주고 가심.

이 날은 움직일 수 없으니 소변줄로 소변을 처리한다.

 

 

 

  • 이틀째

다음날 오전부터 미음이 나오는데 먹기 위해서는 침대 각도를 세워야한다.

아파 디질뻔....ㅠ 침대 세우는데 한참 걸린듯.

 

오전 중에 처음으로 아기를 안아봤다. 정확히는 간호사 선생님이 누워있는 내 팔에 올려 놓아주심ㅠ

새삼 또 감동이 몰려왔다. 갓 태어난 아기는 정말 작다ㅜ 태어났을때 몸무게는 3.16kg라서 작은 편이긴 했다.

초음파로 볼땐 3.3은 될거 같다고 들었는데 낳아놓고 보니 예상보다 훨씬 작았음. 

 

이렇게 작았는데8_8 

 

진통+제왕 하고나니까 몸이 만신창이라서 애기가 울어도 안아줄 수가 없다ㅠ애기야 울지마ㅠ

 

아무튼 아기 돌보는 법은 남편이 열심히 듣고 배웠다. 기저귀도 갈아보고 안아보기도 하고 분유도 먹여보고... 

남편은 연애하던 시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기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다.

결혼 후에도 굳이 아기 안 낳아도 된다고 했는데다, 임신 소식을 알렸을때도 기쁨의 표현보다는 걱정부터 했다.

 

그런데 그날 입원실에서 아기를 안아든 남편의 표정은 여태껏 보아온 표정중에 제일 행복해보였다ㅋㅋ

 

우리 부부는 임신 기간 내내 정기검진을 갈때도 늘 함께 움직여서,

남편은 아기가 커가는 모습을 빼놓지 않고 봤고

아내가 입덧하는거, 몸가누기 힘들어 고생하는거, 분만까지 죄다 지켜봤으면서도

아기에 대한 기대나 생명의 신비함 같은 감정은 잘 생기지 않는다고 했는데

실제로 안아들 수 있고 눈에 보이니까 감동이 다른가보다. 

 

지금은 둘째 가라면 서러울 딸 바보가 되었다.  

 

 

어쨌거나 병원 입원기간 중 출산 당일이랑 그 다음날까지도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어서 모유수유는 3일째 될때 처음 배워서 해봤다. 

 

둘쨋날엔 친정부모님이 오셔서 이것저것 먹을것도 챙겨오시고 손녀를 보고 가셨다.

딸 꼬라지가 만신창이라서 엄마는 걱정이 많으신듯했다(엄마는 자연분만만 해보심)

하지만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남편이 세심하게 잘 챙겨줘서 문제 없이 퇴원할 수 있었는데...

대신 퇴원할 때까지 계속 걸으라고 조교처럼 굴어서 힘들었으....(제왕은 많이 걸어야 장기유착이 일어나지 않고 회복이 빨라짐)

 

이 날 부터 소변통 떼고 산모패드도 까는거 말고 이제 속옷 입고 생리대처럼 붙여서 써야한다. 그래서 무조건 일어나야함.

처음엔 고작 세 발자국이면 되는 거리의 화장실을 가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부모님께서 부축해주셨고 변기에 앉았다 일어나는데도 엄청 힘들었음ㅠㅠ

수술 당일엔 오후 4시에 수술했으니까 마취때문에 아무생각 없이 쉬고 잤던거 같은데 둘쨋날부터 지옥같은 통증...

이 상황에 걸으라고 하니 미치겠더라....

 

이와중에 남편은 집에 있는 털짐승들도 돌봐야해서 이 날 부터 집에 가서 편히 자면서 애들도 돌보기로 함.

아무래도 입원실의 소파에서 자는건 남편도 힘드니까. 

 

그러다보니 간호사분들이 보호자 찾을때마다 남편이 없어서

졸지에 매정한 남편인것처럼 되어버리는 해프닝이 생겼는데... 아픈 아내 냅두고 자꾸 자리 비워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내가 변명하듯이 '집에 동물이 있어서' 라고 주절주절 덧붙였다.

수술 첫날도 '아내가 수술 끝나고 입원실 오면 보호자는 자리 비워도 되냐'고 남편이 물어봤다가

간호사분들이 쓰레기 보는 듯한 눈으로 봤다고 그래서 너무 웃겼음.

집에 개고양이가 쫄쫄 굶으며 기다리고 있어서라고 말 안 한게 죄지.. 

 

 

 

  • 셋쨋날

오전에 모유수유 교육을 받음. 정말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출산전에 유일하게 들은 산모교실이 모유수유관련이어서 나름 많이 알고 왔다고 생각했건만..

실제로 경험하니까 너무너무 신기해... 특히 그 전까진 가만히 있던 가슴이 아기가 물기 시작하니까 젖이 차오르면서 딱딱하게 굳고 열이 오르는것이다.. 헐 내 몸인데도 너무나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 충격적..

아기가 뾰로롱 마법이라도 걸고 간 느낌.

 

가슴이 쑤시고 아프지만 수술한 곳이 더 아프다보니 크게 힘든 정돈 아니었다.

후에 단유 할때까지도 나는 가슴 때문에 많이 아픈 편은 아니었는데 아마도 젖량이 그리 많지 않았어서 그랬던게 아닐까 싶다.

 

 

병원에서 수술 이틀째부터 일어서서 걸으란 말을 듣는데,

처음 걸을때 이게 되나??? 싶은 마음만 들고 정말 막막했다ㅠ

셋쨋날부터 수액과 진통제(아플때마다 버튼 누르면 투약됨)를 떼고 대신 먹는 진통제를 주셨다. 

난 겁이 많아서 수술자국을 똑바로 볼 생각을 못했다. 목욕을 못하니까 여전히 피범벅이고 꼬맨 실이랑 테잎이랑...

그런데 수술한 부위가 불타는 듯이 아프고 쓰라려서 원래 다들 이렇게 아픈건가ㅠㅠ하고 속으로 울었음.

걸으면서도 욕나올뻔 하고... 링거 걸어두는 바퀴달린 기둥? 거치대? 그거 잡고 정말 좀비처럼 걸어다님. 흑...

 

셋쨋날은 시부모님께서 올라오셨다.

 

시어머니께서 다른 말 길게 안 하시고 고생했다고 손을 꼬옥 잡아주셔서 눈물이 날뻔했다. 힝ㅜ

남편이 양가부모님 모시고 신생아실이랑 식사까지 함께하고 돌아올때까지 나는 여전히 빌빌대며 화장실을 오가는게 전부였다. 리얼 좀비라이프... 그래도 셋쨋날은 멘탈이 많이 돌아와서 혼자 일어나고 의욕적으로 유축도 함. 

 

아무래도 몸이 성치 않으니 직접 수유하긴 힘들어서 유축을 했는데 정말 너무너무 적게 나와서 나는 그걸 그냥 버렸다(...멍청한 짓)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고 너무나 아까운데 그때는 양이 제비 눈물만큼 너무 적어서 별 도움이 안될거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ㅠㅠㅠ그때가 제일 영양가 높은 초유인데 정말 아까움ㅠㅠ 

 

 

  • 넷쨋날(병원 퇴원, 조리원 입소)

 

오전에 담당 선생님의 진료를 받고, 기본적인 아기 돌보는 교육을 받은 다음 퇴원 수속을 밟았던거 같다.

수술 당일 이후로 퇴원 직전에 선생님을 보고, 1주일 뒤에 실밥을 뽑는다.

그리고 3주 뒤에 회복 경과를 확인하러 내원을 하라고 했다.

 

보호자가 수납하고 처리하는 그 사이에 가슴마사지를 받아봤는데 우와아... 이것도 새로운 경험....

ㅈ..저.. 젖이 흩날려....

처음엔 너무 민망했는데 받고나니 가슴이 시원해서 신기했다. 세상에나... 그때의 충격이 잊혀지질 않는다. 

퇴원하기 전에 아기한테 어떤 검사를 해볼건지 신청하는게 있었는데 우리는 기초 검사만 신청했다.

온갖 검사를 다 할것까진 아닌거 같아서. 

 

후다닥 정리가 끝나고 모든 짐을 다 옮긴 뒤 마지막으로 아기를 데리러 간다. 

제왕절개 수술비랑 3박4일 입원비 해서 총 100만원 정도 들었던거 같음.

이 때 까지도 내 상태는 좀.. 링거 거치대(?) 없이 걸으니까 더욱 좀비같은... 느낌? 이어서 남편이 아기를 안았다.

 

분명 입원하던 날은 우중충하고 흐리고 비도 오고 추운 날씨였는데

한창 봄 날씨가 되어가던 계절이어서 퇴원하던 날은 기온이 무척 올랐더라.

4박5일만에 세상에 나왔더니 푸릇한 잎이 잔뜩 핀 나무들이랑 햇살도 따뜻했다.

 

이제 아기랑 처음으로 세상을 나가는구나 싶은데 몸 상태가 회복이 덜 되어서

'이래도 괜찮은가ㅠㅠ'하는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내가 너무 아파하니까 남편이 입원일을 하루 더 늘려야하나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어차피 바로 조리원에 2주간 지내기로 예약되어 있으니까 거기서 푹 쉬기로 했음.

 

 

그리고 조리원은 모유수유 훈련소 같은 곳이었다. 

결과적으로 2주간 푹 쉰 덕분에 좀비에서 사람이 되어 나올 수 있었다.

 

조리원 관련된 글은 따로 적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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