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을 위해 적어두는 기록...인데 기록 자체를 나중에 하고 있는 아이러니.
그래도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해둔다.
병원 퇴원 후 바로 조리원으로 들어갔다.
이용한 기간은 2주, 방은 일부러 돈 더 투자해서 좋은 방을 예약했음. 방 비용은 300.
예약금으로 30 먼저 주고 입소한 뒤에 나머지 지불.
계약하기 전에 미리 방문해서 시설을 둘러보기도 가능하다.
산전, 산후 마사지 1회씩 포함된 가격인데 난 산전 마사지는 가지 않아서 증발했다..
당시에 만삭인 몸으로 이동할 엄두가 안나서 가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아까움.
조리원은 집에서 가깝고, 밥이 맛있고 조용히 쉬기 좋다는 곳으로 골라 갔다.
내 꼴이 말이 아니어서 사회성을 갖추기 어려울거 같아서 단체생활 적은 곳을 선택.
예약할 당시엔 자연분만을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한 분만 시도하다가 제왕 거치고 좀비꼴이 된 채 입소하려고 보니
조리원 선택 잘 했단 생각이 듦. 진짜로 내가 힘드니까 다른 사람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ㅠ
* 조리원 기본 생활
조리원 생활은 의외로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2시간마다 수유콜 오면 모유수유
수유 끝나면 유축-보관
오전에 마사지
매일 오후에 다양한 교육시간이 있고
가슴마사지도 틈틈히 받아야한다.
밥-간식-밥-간식-밥-야식 끊임없이 먹는다.
그리고 퇴원 후 몇일간 수술 후 관리 때문에 약을 챙겨먹어야했다.
모유수유때문에 철분제도 먹고 임산부용 종합비타민과 오메가3도 먹음.
입소해서 푹 쉬고 마사지 받고 계속 걸으면서 가벼운 운동을 했더니 2주동안 엄청 회복됐다.
말 그대로 좀비에서 사람 되어 퇴소함.
몸상태가 좋아지니까 정신적으로도 많이 회복됨.
조리원 선생님들이 '안색이 말이 아니었는데 얼굴 정말 좋아졌다'는 말씀 많이 하셨다ㅠㅠ
아기 다루는법도 서서히 적응하면서 지내게 되는데 나만 적응하는게 아니라
남편도 아기 다루는 법을 많이 익히게 되므로
이때 둘이 겪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집에 데려가기 전까지 산모나 아기에게 필요한거, 집에 필요한것 등등을
같이 상의해서 구체적으로 아기를 맞이할 준비하는 기간이었던거 같다.
이 시기에 사들인 육아용품 정말 많음ㅋㅋㅋㅋ
신생아실에 캠이 달려있어서 아기들 상태를 어플로 24시간 볼 수 있다.
내가 갔던 조리원은 남편 외에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어서
가족들에게 어플 접속 아이디랑 비번을 주면 아기를 캠으로 보여주는 방식이었음.
덕분에 양가 어르신들은 아기를 수시로 보실 수 있어서 좋아하셨다.(대신 참견도 늘어남)
신생아실 돌아가는 방식은
오전 7시에 목욕 후 콜해서 모자동실,
저녁 6시부터 8시에 신생아실 전체 청소시간이라 모자동실 시간이 고정으로 있다.
그 외엔 산모 스케쥴, 수유 텀에 맞춰서 2시간 정도 텀으로 콜이 감.
소아과 진료 1주일에 한 번 회진.
매주 한 번 스튜디오 신생아 촬영을 한다. (촬영시간은 10분 내외.)
퇴소하는 날 오전에 목욕교육이 있음.
퇴소 전날 퇴소 후 육아에 대한 기본 교육(아기 관리 기록 사본 나눠주심)
산후마사지 1회 기본. (나는 5회 추가했다. 디스이즈 친정엄마찬스.)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 산후요가, 모빌만들기, 아기 아플때 응급대처법, 아기마사지 등등의 시간이 있는데
모빌, 응급대처, 아기마사지는 그걸 빌미로 산모의 정보를 받아가고 물건을 팔기 위한 미끼인 것이다.
실제로 조리원 퇴소후 정말 유익했는가(+그 물건이 필요했는가)하면 전혀 아니었음.
요가가 좋았고, 모빌은 초반에 꽤 썼다.
특히나 아기마사지에서 쁘리마쥬 제품을 팔기위해서 빙빙 돌려 말하고 자극적인 사진 보여주고
산모들이 미리 준비한 모든 타사 제품을 까는걸 보고 정말 구리다고 생각함.
이렇게 말하는 나도 결국 불안해서 제품을 사긴 했는데 사용기한도 3개월밖에 안돼서
결국 다 쓰지도 못함. 세쌍둥이여도 그 용량 다 못쓴다.
쓸만한건 기저귀크림뿐임. 이건 내가 별로도 사서 씀.
그마저도 넘 비싸서 걍 딴걸로 갈아탈 생각하고 있다.
모유수유가 권장되는 사회여서 분유는 샘플과 조리원 영업에 사활을 건 느낌이다.
조리원에서 파스퇴르를 먹이는걸로 시작해서 결국 100일간 파스퇴르 위드맘 먹임.
조리원 영업사원님 추천인 이름 넣고 할인받아서 했지뭐..
그리고 분유수유만 하는 아기 변을 연구자료로 제공해주면 분유를 더 지원해준댔는데
우리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이건 불발되었다.
파스퇴르.. 우리 아기한테 딱히 나쁘지 않았어서 이건 서로 윈윈으로 기억되는 영업같음.
그 외에 조리원 생활하면서 추가 결제하게 됐던거
-락타티: 만원.
모유량 늘린다고 먹었는데 따뜻하게 먹어야하는걸 시원하게 먹음.. 멍청..
별 효과 못보고 남은건 다른 산모에게 넘김.
-쁘리마쥬: 바스/샴푸, 오일, 로션 총 15만5천.
조리원가라고 해서 고민하다가 샀는데 진짜 매일 목욕하고 쳐발라도 남아돌아서 버리게됨.
가성비 너무 구림.
-마사지 5회 추가: 60만
비싸도 사람 되어 나와서 만족한다.
-유축기 깔대기: 2만
일일히 신생아실에서 빌리고 반납하기 너무 번거로워서 그냥 샀음.
퇴소후 대여하는 유축기가 스펙트라여서 결국 2주 쓰고 처분함.
* 모유수유와 유축 관련
모유수유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니까 모유량이 관건이었다.
2시간 텀 수유 -> 유축으로 남은걸 짜냄
이걸 반복하면 모유량이 늘기도 하고
내부에 모유가 쌓여 굳는걸 예방한다고했다.
난 정말 너무 성실하게 수유하러 다니고 가슴마사지 받고 유축도 했는데
있는거 다 짜낸다고 손가락으로 가슴 구석구석 쥐어짰더니 출산 후 약해진 손가락이랑 손목관절이 맛이 가버렸다.
한번은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는데 손가락이 너무 쑤셔서 덜덜 떨리고 아무것도 못할 지경이었음.
그래서 마사지 선생님한테 손목, 손가락 집중케어받고 파라핀으로 손 지지면서 나아졌다.
가슴마사지 담당 선생님도 그러다 정말 큰일나니까 손가락 쓰지 말라고 하셔서 그 뒤로는 되는데까지만 유축함.
내가 간 조리원에서는 메델라 유축기를 쓰고 있었음.
(개인적으론 나중에 보건소에서 대여로 써본 스펙트라가 더 나았다)
유축기 쓰면 정말... 젖소된 기분... 좀 그런게 있는데...
적응을 해도 현타가 진하게 오는 그 느낌....
아무튼 유축한 모유는 신생아실에 가져다주면
보관했다가 다음 텀에 아기에게 준다. 혹은 분유와 합쳐서 수유.
손가락으로 쥐어짜면 그나마 좀 나오던게
관절이 나갈거 같은 고통 이후로 짜질 않으니까
모유의 향만 맡을 수준?으로 나와서 가져다줄때 너무 속상했다.
분명 아기에게 왼쪽, 오른쪽 15분씩 수유 다 해서 뭉친 가슴이 풀릴 정도로 수유를 했지만
애가 정말 다 먹은 건지 양을 알 수가 없고... 짜보면 너무 적고..
애한테 도움이 되긴 하나 싶고 그렇더라.
다른 산모들이 갖다주는걸 보면 100ml 꽉꽉 채워가던데 그게 그렇게 부럽더라.
물론 그 분은 그 대신 젖몸살이 심했겠지만....
내 젖량이 애매하단 생각을 하고 있을 어느날 가슴이 아파서 보니
유두에 하얗게 뭔가 끼어있는걸 발견한다.
그거슨.. 유두백반증이란 것인데 쉽게 말해서 모유가 굳어서 뭉친거.
산모가 기름지거나 단것을 먹어 모유가 끈적해지면 생길 확율이 높고,
보통은 계속 젖을 물려서 아기가 열심히 먹으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한다.
좀 억울했던게, 나는 조리원 음식 외에는 별다른걸 먹지 않았었다.
이건 체질인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우리 아기는 걸핏하면 먹다 잠들었다ㅠㅠ 용사여, 엄마 가슴을 구해달라ㅠㅠㅠ
유난히 큰게 있어서 이걸 방치하면 정말 유선이 막히고 더 아파지기 때문에
결국 가슴 마사지 당담 선생님이 바늘을 소독해서 뚫어주셨다.
이 백반은 이후로도 계속 생겨서 새로운 스트레스 요소가 된다.
식단관리를 더 철저하게 해야하기 때문에.
이러나 저러나 모유량은 퇴소할 때까지 크게 늘지 않았고
수유하지 않고 바로 유축했을때 양쪽 다 합쳐서 45ml 나온게 최대였다.
직수하면 아마 더 많이 나왔겠지만 그래도 아기한테 주기엔 부족한 양이어서 의기소침했다.
언제나 분유 보충을 해야했고 아기는 분유에 더 익숙해져가는거 같아 초조했다.
산모 교육에서 퇴소할때 100ml가 나오면 6개월까지 완모(완전 모유수유)가 가능하댔는데
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져서 심란했던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죽이되든 밥이 되든 퇴소 후에도
모유수유를 밀고 갔으면 양이 맞춰졌으려나 생각도 드는데
한쪽 유두에 염증이 생기면서 너무 쓰라려 젖을 물릴 수가 없게 되고
그에 따라 분유로 양을 맞추게 되니
젖은 뭉치고 식단은 절밥이고 애 보기는 힘들고
그 와중에 수면부족, 무리해서 감기걸려 약먹고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에
결국은 단유를 하기로 하고 분유로 갈아탔었다.
모유수유 절대 쉽지 않다ㅠㅠ
오전부터 저녁까지 수유콜 최대한 받아서 수유하고, 밤에는 푹 자면서 회복했다.
새벽수유도 하는 산모가 있다는데 난 내 상태가 거지꼴이라.. 허허허.
* 조리원에서 몸, 정신상태 변화
1) 몸무게
출산 당시 몸무게가 73.6kg
병원에서 혼자 걸어 체중계에 섰을때 무게가 73kg였는데
(아기가 3.16인데 대체 왜인가... 미스터리..)
출산 후 1주일 뒤에 채중을 쟀을때 68kg,
퇴소할때 66.7.kg까지 내려갔다.
조리원에서 제공되는 식사랑 간식은 꼬박꼬박 먹은 편이고
수유때문에 별도의 고칼로리 간식이나 커피등은 먹지 않았음.
어쩌다보니 방이 신생아실에서 제일 멀리 있어서 볼일이 있을때 마다 한참을 걸어 다니니까
수술 자국이 아무는데 도움이 되었다.
2) 샤워 및 실밥 뽑기
병원에 입원한 날이 4월 10일 점심..
이때부터 4월16일이 될때 까지 머리를 감지 못했고...
4월 22일에 드디어 샤워를 했다.. 증말 드러워서.. 어휴....ㅠㅠ
수술때문에 숙여서 혼자 머리를 감을 수가 없었고
실밥 때문에 샤워를 못했다.
그나마 조리원에 머리 감을 수 있는 (미용실에서 쓰는)샴푸기가 있어서
직원분이 나를 가엽게 여겨ㅋㅋㅋㅋ머리를 감겨주심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정말 몇번을 감사하다고 했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밥을 뽑은건 퇴원하고 4일 후.
의외로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실밥 뽑고 3일 뒤에 샤워하래서 그날 눈 뜨자마자 샤워함. 상 - 쾌 )
자궁 상태는 좋고, 뱃살이 쳐져서 수술자국을 덮어가지고
덧날 수 있으니(고름이 찬다던가..) 습기차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하셔서
수유 다 하고 빈 시간엔 배까고 침대에 누워서 부채질하고 지냈다.
4주 뒤에 상태 확인하러 병원 내원하라고 하심.
3) 기타 몸의 변화
2주 정도 지내는 동안 본격적으로 수유를 했으니 2시간마다 가슴뭉침이 생겼고
자고 일어나면 땡땡하게 뭉쳐서 줄줄 새기도 했다.
조리원에서 산모용 원피스를 주는데 오전에 샤워하고 옷 갈아입는 도중에 줄줄 새서
모유가 바닥에 툭툭 떨어질 정도였음. 생활할때 수유패드 필수가 됨.
몇번을 생각해도 내 몸의 변화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다.
초반에 샤워를 못할때는 모유냄새가 몸에 배서 모유냄새에 중독될 지경ㅋㅋㅋ격한 현타ㅋㅋ
수유전 마사지를 하고, 뭉침이 심할때는 얼음팩을 빌려서 대고 지냈다.
그 외에 몸무게가 줄면서 배가 조금씩 들어가는게 눈에 보였고
손목이 아픈건 유축할때 무리해서 그렇지, 난 조리원에서 손목 보호대는 의미가 없었다.
애기 보면서 손씻고 소독할일이 수십수백번인데 손목보호대 거슬려서 거의 안쓰게됨..
아, 그리고 오로는 생리처럼 계속 출혈이 있는건데
대신 그 양이 많은 느낌? 이라 계속 오버나이트 차고 있는거라고 생각하면 되더라.
나는 베이비페어에서 마로메라? 라는 제품을 사서 사용했다.
생리대와 같은 형태라 쓰기 매우 편했음. 흡수력도 좋고.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는데 나는 조리원 퇴소하고 얼마 안있어 끝났던거 같다.
4) 심리상태의 변화
역시 그동안 몸이 힘들어서 더 힘들게 느껴진게 맞았다.
수술 후 회복이 덜 된 몸으론 아기에 대한 사랑이나 뭐 그런게 생길 틈이 없었는데
몸이 회복되고 여유가 생길 수록 아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곧 아기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아기가 신기하고 놀랍고 여전히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가
조리원 선생님들이 'OO이 엄마'라고 불러주셔서 점차 적응을 했다.
아기 다루는것도 점점 익숙해지고 1주일이 지나니까 여유가 생겨서
음악도 틀어두고 노래도 불러주고 이야기도 해주고..
처음엔 수유실에서 수유하면서 다른 산모들이나 마사지 선생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랬지만
나중엔 방에 데려와서 혼자 수유하고 재우고 그러면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곤 했다.
지금도 그때가 가끔 생각난다.
처음으로 아기와 내가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이기도 했어서
정말 신비롭고 행복한 기분.. 꿈꾸는거 같았다.
살면서 이런 기분도 느껴보는구나.. 싶었던 시간들.
병원에선 자연분만 포기하고 제왕절개를 한 것에 대해서도 자책하기도 했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부분이다보니 조리원에서 몸 회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잊은것 같다.
그리고 퇴소를 앞두면 걱정이 한가득 쌓이게 된다.
아기를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이렇게 모르는게 한 가득인데..
그런 걱정들이 쌓이면서도 몸은 고단해서 잠은 잘 오고 그렇게 퇴소일은 다가오더라.
그리하여 끝나지 않을거 같던 2주일이 지나 조리원을 퇴소하고
친정에서 한달간 지내게 되었고, 여기 관련된건 또 따로 적기로.
'일기 > 임신&출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왕절개 입원+조리원 입소까지 (0) | 2019.08.29 |
---|---|
출산일의 기억.. (0) | 2019.08.05 |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0) | 2019.08.05 |